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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위한 영구 결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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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전체관리자
2024-07-18 14:21:21

몇 달 전에 한 권사님에게 구두를 선물 받았다. 권사님은 아들이 구두를 사서 신지 않아서 목사님께 드린다며 저에게 주셨다. 구두를 집에 가져와서 보니 스타일이 앞부분이 네 모진 1990년대 초반 유행하는 스타일이었다. 신발에는 아주 옛날 어른들이 많이 하던 깔창이 들어있었고, 구두 상자에는 회장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득 아들 구두가 아니라 돌아가신 남편 구두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30여년을 남편의 구두를 보관한 것이다. 30년 동안 권사님은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았을 생각을 하니 코끝이 찡했다. 사랑이란 누군가의 빈자리를 잊지 않는 것이다. 아내가 외출했을 때 집에 가면 아내의 빈 자리가 얼마나 큰지. 아들이 얼마 전에 수학여행을 갔다. 18년 만에 처음 한 외박이다.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오래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 가슴이 뻥 하고 뚫린 것 같았다. 그래서 종종 가슴을 만져보았다. 마치 가슴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허전한지! 아버지의 빈 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지금은 허전하지 않다. 가슴이 다른 무엇으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일까? 점점 아버지는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채플에는 의자가 하나 있다고 한다. 그 자리는 예수님의 의자라고 한다. 그 의자는 항상 비어 있다. 그 의자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다. 그 의자에 예수님이 앉으실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교회 교인들은 그 빈 의자를 보면서 예수님의 임재를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이러한 의식이 있는가? 다른 무언가로 가득 차서 예수님이 기억 속에서 점점 지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삶에 항상 예수님의 자리를 잊지 말자. 프로야구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는 최동원 선수의 등번호인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고 있다. 내 삶에도 주님만이 앉으시는 영구 결번인 빈 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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